“결혼 대신 집부터 사요”... 빅토리아주 신혼부부의 새로운 선택
- Tim
- 4월 9일
- 2분 분량
“결혼 대신 집부터 사요”... 빅토리아주 신혼부부의 새로운 선택
호주에서 점점 더 많은 커플이 결혼식보다 집을 사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과 생활비 증가로 인해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커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비율이 2015년 이후 무려 8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ussie Home Loans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빅토리아주의 결혼식 평균 비용은 47,200달러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용이 주택 계약금(Deposit)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첫 주택 구입자들이 “부채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집 구매를 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일부 젊은층 주택 구매자들은 이전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 결혼과 주택 마련이라는 두 가지 꿈을 동시에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Aussie Home Loans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당시 호주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사실혼 커플의 비중은 15%였지만, 현재는 거의 3분의 1(약 30%)에 달합니다.
호주 통계청(ABS) 데이터 역시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호주에서 처음 결혼하는 남성의 평균 나이는 32.9세, 여성은 31.2세로, 2015년(남성 30.1세, 여성 28.5세)에 비해 결혼 연령이 확연히 높아졌습니다.
2024년 12월 Epping 지역에서 41만 달러에 판매된 2베드룸 주택의 경우, 20%의 계약금은 약 8만2천 달러가 됩니다. 이는 빅토리아주 결혼식 평균 비용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호주의 결혼 정보 사이트인 Australian Bridal Industry Academy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결혼식의 평균 비용은 47,200달러로, 빅토리아주 주택 평균가격(89만300달러)의 20% 계약금(17만8,060달러)의 약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입니다. 계약금을 10%로 잡으면 절반 이상(53%)에 달하는 비용이 됩니다.
Aussie Home Loans 링우드(Ringwood) 및 이추카(Echuca) 지점의 모기지 브로커 루크 코츠(Luke Coates)는 요즘 만나는 첫 주택 구입자 커플의 90% 이상이 미혼이며,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결혼식 비용을 집 계약금에서 사용하면, 대다수 커플은 저축 목표가 3~4년 정도 뒤처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주택 구매가 반드시 결혼 포기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는 홈론 오프셋 계좌(offset account)나 리드로어(redraw) 옵션을 통해 향후 결혼 비용을 미리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 RBA의 금리 인하는 대부분의 첫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 여력을 높여줘, 결혼 비용으로 모아둔 돈을 건드리지 않고도 좀 더 여유 있는 예산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4년 12월에 멜번 서부 Manor Lakes 지역에서 50만 달러에 팔린 3베드룸 주택의 경우, 20% 계약금(10만 달러)의 절반 정도가 결혼식 평균 비용과 맞먹습니다.
앞으로 2년간 멜번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집을 먼저 구매하면 향후 형성되는 주택의 자본금(equity)을 이용해 나중에 결혼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고 조언합니다.
멜번의 웨딩 플래너인 Gee Tankir(Gee What a Wedding 대표)는 최근 생활비 및 이자 부담 증가,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등한 웨딩 비용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커플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결혼 전 아이부터 가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요즘 웨딩 트렌드로 ‘기프트 레지스트리(gift registry)’ 대신 현금 선물을 받는 ‘위싱 웰(Wishing Well)’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족 문화나 초대하는 인원수에 따라, 하객이 500명인 결혼식이라면 이 위싱 웰로부터 현금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 돈을 주택 계약금으로 사용하는 커플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멜튼(Melton) 지역의 Ray White 부동산 대표인 조 마브리코스(Joe Mavrikos)는 많은 젊은 커플과 가족들이 이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가 저렴한 주택가격 덕분이라며, "전통적으로는 결혼 후 집을 샀지만, 요즘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멜튼 지역의 주택 가격대는 유닛(Unit)이 약 35만 달러부터 시작되고, 단독주택(House)은 46만5천~47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는 “결혼 비용으로 3~4만 달러를 지출할 바에야, 차라리 주택 계약금으로 사용해 먼저 집을 사고 이후에 결혼이나 육아를 계획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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